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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감상문

루나 실버스타 스토리 감상문

 

※ 스토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인 글입니다.

 

어릴때 게임잡지로만 구경하던걸 드디어 해보게됐다.

당시에 손노리가 정발한게 있긴했지만 기억에서 잊혀졌다.

게다가 후속작인 이터널 블루는 한글화된적이 아예 없었는데 이번에 리마스터 합본판으로 시리즈가 모두 한글화가 돼어서 냅다 질러서 하게됐다.

고전게임인 만큼 따로 항목을 나누어서 작성하기엔 애매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작성한다.

 

이 게임은 게임아츠 리즈시절의 게임이다.

90년대 향수 초 압축물이라 그때 그시절의 감성을 매우 잘 표현해놨다.

반대로 말하면 이 감성을 이해못할 사람들도 있어서 이 게임을 하고 감동 받을 수 있는 세대가 한정적이란 느낌이기도 하고.

게임 초반부터 계속 보게되는 수상한 아저씨 레이크

동화가 많지는 않지만 짧은 삽입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 중간중간 눈요기로 감상할게 많았다.

 

고생길이 훤하다는소릴 돌려서 말하는 루나

선대 드래곤 마스터 다인을 동경하여 세상을 여행해보고픈 아레스와 그런 아레스가 걱정되어 따라가는 루나, 백룡의 동굴이 열려서 탐험하자고 꼬시는 라무스(사실상 이야기의 시작은 라무스 때문이지만) 이렇게 3명이서 여행을 시작을 하는데 과거 스토리가 잘 짜여진 게임들이 그렇듯 애들 놀이로 시작해서 끝은 크게 마무리되는 정석적인 구조의 이야기다.

요즘은 도파민 위주의 전개로 자극만 줄창 하다가 급 마무리식의 창작물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기승전결이 확실한 창작물을 찾기가 어려운 편이라 이런 스토리에 목마른 필자에겐 아주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특이한게 중반까지 유독 만남과 이별이 잦다.

동료들이 파티에 들어오고 나가는 회전율이 중반까지는 높은 편인데 덕분에 누가 언제 파티에 나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면 장비 가지고 나가버리는 동료들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경우가 생긴다.

후반부가면 돈이 쌓이겠지만 초반에는 타격이 좀 크다.

엔딩보고나서 트로피 하나 빼먹어서 처음부터 또 시작했던게 유머다

자동저장기능도 일체 없기때문에 틈나는대로 열심히 저장을 해서 손해보는 구간(?)이 발생하면 불러오기를 하던가 해야하는 방식이다.

 

대사 갱신도 유독 많은 편이다.

어떤 큰 이벤트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마을마다 NPC들의 대사가 일신된다.

맛이 간 대사가 유독 많은 듯한 흑장미거리의 npc들

게다가 이야기 진행도에 따라 그때 동료가 누가 있었느냐에 따라서도 NPC와의 대화 중 동료 캐릭터들의 대사도 달라진다.

달리 말하면 읽을거리가 게임 분량에 비해 정말 많은 게임이다.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시나리오에 꽤 힘을 쓴 느낌이 많이 드는데 90년대 중반 대사에 이렇게 공을 들이다니 특이케이스지 않을까 싶다.

당시 가가브 시절이던 팔콤게임들도 NPC들 대사에 공을 좀 들인 케이스긴한데 루나1은 지나쳤던 마을을 언제든지 다시 갈 수 있다보니 갱신되는 대사 어마무시하게 많다.

'동인지'를 두려워하는 미아

 

전투도 나름 특이했는데 각 캐릭터마다 이동력과 공격횟수가 정해져있다.

기본적으로 자기 턴당 평타에 한하여 1회 이동하여 1회 공격을 한다.

 

다만 전사계열인 아레스와 키리는 레벨업을 통해 공격횟수가 최대 3회까지 늘어나며 기본적으로 이동력이 높아서 멀리있는 적들에게 쉽게 찾아가 공격횟수만큼 평타를 때리는게 가능하다. 아레스의 경우 장비빨로 최대 5회 평타 공격이 가능하다.

캐릭터와 적의 거리가 너무 멀 경우 공격횟수 1회를 소비하여 이동만 하는 식이다.

기술/마법 사용시(어째서 마법이고 기술이고 전부 마법으로 분류를 해놨지만) 이동거리에 상관없이 때린다.

mp없다 이놈들아

이 게임의 전투자원 관리가 좀 골때린게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자원 소비형 플레이를 지향하는지라 던전은 겁나게 넓은데 mp 회복수단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mp가 없어서 마을로 되돌아와 알테나 여신상을 조사하면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하지만 다시 던전 재진입시 모든 몹들이 리젠되어있기때문에 mp를 털어가며 진행해야 하는 점은 필연적이다.

덕분에 초반부터 1000s씩이나하는 더럽게 비싼 별들의 빛을 잔뜩 구비해놓고 다녀야하다보니 자원 관리가 빠듯한 편이다.

게다가 전투도 자동전투로 돌릴 경우 cpu가 묘하게 비효율적으로 mp를 소비해대는 경향이 있어서 어떡게든 mp관리를 하고싶다면 유저가 직접 지시를 내려줘야한다.

전방 일직선 공격으로 쓸리는 상황

그리고 대열을 유저가 짤 수 있는데 후반부쯤되면 범위공격을 하는 적들이 종종 있다보니 붙어있으면 한꺼번에 대미지를 입게된다.

그런데 골때린게 직접 '이동'을 지시하지는 못하고 적을 향해 평타 지시를 내려서 이동시키게 하는게 유일한 이동기능이었던거같다.

(방어 커맨드로 이동이 되는거...같긴한데 엔딩볼때까지 방어라는 커맨드를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다......)

사실상 원하는 곳으로 캐릭터 이동시키는게 불가능이라 대열은 의미가 없는 수준인듯했다. 게다가 진열 흐트리는 마법을 쓰는 적도 있었으니.

아레스 원툴 보스전의 첫 관문 아쿠아 리저드와
마비때문에 기도메타가 필요한 스파크 매쉬

5인파티가 되기전인 중반까지는 보스전에서 딜을 거의 아레스가 혼자서 다 집어넣어야하다보니 보스전 진입시 아레스의 mp가 풀충전 상태가 아니면 보스를 못잡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버프쓰고 버프받고 검무 검무 검무 검무...

특이한게 버프를 받으면 캐릭터가 죽을때까지 유지가 됐던거같다. 

두대맞으면 사망이다

후반부 보스전엔 뭔가 불합리한 상황(말도안되는 전체 대미지가 계속들어옴)이 많다보니 제시카는 턴마다 쉬지않고 전체회복을 계속 돌려야했다. 자동전투 돌리면 쓸데없이 평타를 날리거나 하는식으로 파티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기때문에 유저가 직접 조작을 해줘야한다.

내쉬가 그나마 5명 중 잉여 자원에 가까운 애매한 밸런스의 캐릭터라 아이템은 대부분 내쉬로 사용했다.

 

개인적으론 이 게임에서 접한 달에 관한 설정이 아직도 이런저런 창작물들에 영향을 미치고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든다.

오프닝에서도 보여줬지만 어째서인지 캐릭터들이 살고있는 대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달은 어디가고 푸른별 지구같은게 보이는데 기가막힌 역발상이었다. 혹은 비슷한 유형의 창작물이 과거에 존재했거나...? 필자가 처음 이런걸 봐서 이렇게 느끼는거일수도있고.

거기에 변경, 마족, 마법력, 얼어붙어있는 푸른별 등등 필자한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정들이 매우 많았던거같다.

특이한게 세계관 관련 떡밥들은 게임내에서 직접 언급이 적은편이고 서적들을 통해 볼 수 있는게 많았다.

베인의 도서관, 다몬의 탑 등 잠깐 지나치는 곳에서 인게임내에서 직접적으로 설명해주지않는 설정들이 대부분 쏠려있으니.

사실 메인스토리하고는 그렇게 중요한 접점이 있는건 아니라 일부러 이렇게 배치를 한건가 싶네.

후속작인 이터널 블루에서 언급을 하련지나 모르겠다. 사용을 안한 떡밥들이 워낙 많아서리.

 

플레이타임도 길어봐야 20시간대에서 끝나기때문에 옛날 향수를 느끼고픈 유저라면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스토리가 알찬 게임을 해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