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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감상문

하늘의 궤적 the 1st 감상문

궤적 시리즈 치고 양호한 103시간

 

※ 이 글에는 궤적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1년만의 리메이크다.

게다가 당시에는 가가브 트릴로지가 영웅전설5에서 완결된 후 영웅전설6의 부재로 궤적 딱지가 붙게 되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영웅전설'이란 타이틀을 떼어내고 '하늘의 궤적'이라고 명시를 했다.

오히려 이제와서는 영웅전설보단 궤적시리즈로 불리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듯하네.

 

 

- 재탕이 아닌 리메이크

산좋고 물좋은 리벨왕국 이야기

지금까지 하궤는 pc, psp, vita, ps3 정도로만 접할 수 있는 고전게임이었고 이 중 제대로 국내에 정식발매된거라곤 기간한정인 pc판의 아루온판과 vita판의 에볼루션 두 개 뿐이다.

팔콤입장에선 궤적 시리즈의 스토리는 21년째 이어지는 중이고 아직도 신작에선 21년전 이야기 끄집어와서 종종 거론하는 마당이라 스토리를 계속 이어가기위해선 옛 작품들의 보수공사(?)가 필요한 상황인듯하다.

여궤도 스토리 새로 시작하니 뭐니해놓고 여궤2에서 뇌절을 또 시작한걸 보면 아무래도 타케이리 스타일로써는 스토리 허무는건 불가능이지 않을까싶다.

그런 의미에서 20주년 기념으로 하궤 퍼스트를 발표한건 좋은데 문제는 계궤를 그렇게 끝내놓고 계궤 후속작이 아닌? 갑자기 젤 첫작인 하궤를? 이제와서? 이새123끼들이??? 라는 반응이 나오는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어쨋건 그간 21년 동안의 노하우를 살려서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온 리메이크작이라 그런가 계궤보다 때깔이 더 좋은듯하다.

어쨋건 시리즈가 이어지려면 유입이 필요하니까 유입을 위해 리메이크를 시작한건 좋은 일이긴한데 뭔가 반가우면서도 계궤때문에 빡침이 오는 게임이다.

 

 

- 살짝 부족한듯한 오픈월드

계궤랑 개발엔진이 달라서 그런건지 뭔진 모르겠는데 리벨의 5대 지역을 전부 5개의 오픈월드로 만들었다.

각 지역별로 필드 전체가 로딩없이 쭉 이어져있는 것이다.

대신 이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실내 진입은 로딩이 반드시 발생하게 되었다.

아직 팔콤의 기술력으로 완전 오픈월드는 무리인거같지만 이정도면 매우 많이 선방한듯하다.

오히려 반대로 여/계궤에선 필드는 작은 대신 실내를 한 필드에 죄다 구현해놨으니 어찌보면 필드의 구성은 여/계궤와는 반대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필드를 정말 '드넓게' 만들어놨다. 엄청 크다.

이런 오픈월드덕에 팔콤게임치고 절경인듯한 배경을 잘 구현한듯하다. 팔콤의 풀3D게임을 하면서 배경을 이렇게 화사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으로 잘 구성한 게임은 하궤 퍼스트가 최초인듯하다. 무식하게 넓어서 탐색할 곳 많은건 덤이고.

커다란 필드 덕분인지 배틀장소도 여/계궤마냥 실시간으로 바로 결정돼서 일부 벽이 많던 사륜의 탑같은 곳은 좀 답답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 섬궤와 계궤를 짬뽕시킨 배틀

기본적으로 필드배틀 → 커맨드배틀로 이행되는 전투방식은 여/계궤와 동일하다.

아무래도 게임성의 재미면에선 이러건 저러건 여/계궤가 워낙 압도적이라 가장 최신작의 시스템을 밴치마킹 시켰다.

대신 샤드스킬이니 샤드전개니 어쩌니저쩌니하던 복잡한것들 죄다 쳐내버리고 매우간단하게, 필드에서 때려서 기절시키면 커맨드배틀 돌입하여 기절한 적보다 조작캐릭터가 먼저 행동순서를 갖게되는 방식이다. 여/계궤의 배틀의 알맹이만 구현시켜놓은 샘.

크리티컬

그리고 커맨드배틀에선 크리티컬 발생시 섬궤때의 브레이브 어택마냥 크리티컬 시 포인트를 쌓아서 추격, 버스트 등을 하는걸 고스란히 가져왔다.

단순히 섬궤때의 4명이 한대씩 툭툭치는 버스트하곤 좀 다른데, 하궤 퍼스트의 경우는 4인파티가 되는 순간이 매우 짧은 편이라 중반까지는 버스트 써보기도 힘들지만 3장부터 이 버스트가 '콤비 버스트'로 개방되면서 무식한 위력을 자랑하게 된다.

이스10의 방패형제 연출이 생각나는 콤비 버스트

일반전투의 경우 필드에서 미취 쿼츠 달고 몰이 좀 하다가 전투 돌입해서 콤비 버스트 한번 먹이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매우 통쾌상쾌하게 시스템을 구성해놨다.

여기에 연출과 모션도 최신작이었던 계궤보다 더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인공 보정인건지 특이하게 에스텔과 요슈아만 각 통상 크래프트별로 모션이 2가지가 존재한다.

 

 

- 올라간 난이도, 지켜진 전통성(?)

= 어스월의 귀환

돌아온 어스월

원작을 해봤던 유저들이라면 반가우면서도 웃긴듯한 반응을 할 수가 있는게, 리메이크에서도 아츠 중 어스월이 원작마냥 전투 승패에 상당 비중을 여전히 차지한다. 성능은 그때 그시절 그대로의 1회 완전 방어다.

하궤 3부작의 난이도를 쉽게 만드는데 한몫한게 이 어스월이었는데 (덤으로 케빈의 그릴스피어) 리메이크에서도 이 어스월을 애용하게 된다.

그러면 원작이랑 크게 다를거 없을 난이도지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간형 적들의 경우 '레이지 부스트'라고 계궤때 보스들이 쓰던 특별 버프를 인간형 적들이라면 개나소나 사용을 한다.

= 회피도 답이 없는 '레이지 부스트'

레이지 부스트가 켜져있을경우 연속행동에 공격을 반드시 명중을 시킨다.

특히 게임 중반부터 시도때도없이 마주칠 특무병의 경우 레이지 부스터가 켜졌을 경우 난이도 하드이상부터는 2대 맞을시 그냥 죽는다. 나이트메어라면 한대만 맞아도 요단강 건너기 직전상태가 되고.

그리고 회피시스템의 경우 영벽와 섬궤의 그 회피시스템이다. 수치만 높으면 S크래프트 제외하고 죄다 피하는 그 사기성의 회피시스템.

하지만 레이지 부스트앞에선 얄짤없다. 그냥 얻어맞는다.

회피100%넘기고 실펜윙의 심안을 받아도 얻어맞는다.

이런식으로 난이도의 완급조절을 인간형 적의 자체 버프로 잡아놨다. 사실상 일정난이도부터는 인간형 적들의 레이지 부스트 연속행동에 대한 대처가 어스월뿐이다.

그런데 어스월은 한번만 방어를 해주기때문에 파티원이 4명이라면 2명이 계속 어스월을 굴려서 어째저째 방어가 되는데 3인팟은 좀 아슬아슬하다. 덕분에 2~3인팟으로 인간형 적을 상대할때 뭔 여신전생시리즈 하는것마냥 게임이 매우 쫄깃쫄깃해진다.

 

하지만 어스월도 마냥 해결책이 아닌게, 특무병들의 경우 공격당하면 반격을 높은 확률로 해서 기껏 걸어놓은 어스월을 날려버리고 어스월이 없는 틈에 레이지 부스트 켠 특무병한대 연속으로 얻어맞으면 전투불능이라 반격 안뜨길 기도메타해야할 수준이다.

= 캐릭터 고유의 버프

범위 버프 크래프트도 귀하다.

리메이크에서 추가된 요소인데 이번작은 라 포르테나 라 크레스트같은 범위형 버프 아츠가 없고 죄다 단일 대상이라 실펜 윙 같은 전체 ATS+심안 아츠가 아니고선 STR버프를 받고 유지하기가 음식이 아니고선 살짝 까다로운편이다.

그렇기에 일정확률로 자동으로 발동되는 캐릭터 고유의 버프가 꽤 중요한편인데 스텟이 알아서 쭉쭉 상승되는 계열의 캐릭터가 선호된다. 대표적으로 에스텔이나 클로제같은 딜 관련 자가 버프형 캐릭터들.

사실 에스텔의 경우 원작에선 성능이 매우 구린편이라 주인공 맞냐는 소릴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리메이크에선 작정하고 공격력 괴물로 만들어놨다.

셰라자드가 탱커다

그리고 원작에선 시스템상 항상 애매함의 극치를 자랑하던 캐릭터들이 풍속성 두개 고정인 캐릭터인데 대표적으로 셰라자드였다만 풍속성 쿼츠들이 원작대비 쓸만한게 많아지고 섬궤의 회피시스템도 가져왔다보니 평가가 좋지 않았던 셰라자드의 경우 고유버프가 모든 스텟 상승이란걸 가져오는 등 이런저런 방법으로 밸런스를 맞추어놓았다.

원작에 비하면 버릴 캐릭터가 아예 없는 수준.

 

 

- 불지옥의 맛, 나이트메어 +레벨50 모드

어떡게 해서든 1회차를 클리어하면 뉴게임+가 개방이 되는데 1회차 클리어한 유저들에게 더 가지고 놀 거리를 준게 +50레벨 모드다.

모든 적들의 레벨이 +50인데 적들의 내구도가 무식하게 단단해져서 전투 시간이 길어지나보니 인간형 대상으로 난이도가 수직상승한다.

일반전투도 몹들이 너무 단단해져서 잘 죽질 않다보니 어쨋건 요슈아의 칠흑의 송곳니를 밥먹듯이 쓰게되는데 통상전투 한번에 S크래프트를 2번이상 사용하는일이 매우 잦아진다.

피통이 저게 뭐냐

게다가 적들이 레이지 부스트 한번 켜면 캐릭터 한명은 골로갈것을 생각하고있어야한다.

나이트메어부턴 아츠 안티셉트가 매우 중요시된다. 하지만 안티셉트로 버프 풀었어도 레이지 부스트는 안꺼진다.

영약도핑도 쏟아부었는데 효과가 생각보다 미비했다.

어쨋건 게임이 매우 불맛이 되는데 못할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다음에 이런 난이도를 또 낼꺼면 뭔가 조정을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 사족 (스포일러)

이번 리메이크를 하고 느낀건데 필자의 기억이 20년이 지나서 그런지 매우 많이 왜곡되어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첫째로 FC에 해당하는 퍼스트는 그닥 자극이 별로 없는 게임으로 기억하고있었는데 연출덕분인지 그래픽덕분인지 매 장마다 도파민이 넘실거리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뭔가 평화롭기로 기억하고있던 리벨왕국도 100일 전쟁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의미로 나사가 빠져있던 국가였다는 것이다.

칠지보 떡밥도 흘려주는 NPC

하궤시리즈의 경우 예전 기준이나 지금 기준이나 궤적 시리즈 내에선 스토리는가 완성품 수준이라 대화를 통한 적절한 떡밥과 적절한 급전개가 골고루 분포되어있어 밸런스가 좋다고 본다. 떡밥 잔치였던 3rd빼고.

어쨋건 에스텔과 요슈아가 정유격사가 되는 과정에서 카시우스의 행방불명과 함께 리벨 5대 지역을 돌면서 겪게되는 일들이 결국 왕국 쿠데타의 일부분이었던걸로 밝혀지고 유격사들이 사건을 해결하게되는 왕도적 루트의 시나리오라 매우 안정적이고 구수한 맛이다.

개인편차가 있겠지만 대화내용도 일단은 원작 자체가 개발기간이 길었던, 오래 다듬었던 게임이라 그런지 21년이 지나도 그때 그 대사인데도 유치하거나 낡은 느낌이 최근작들에 비하면 별로 들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오히려 신규유입을 위해 노선을 바꿔 이질감이 들기 시작한게 섬궤였으니 고객유치를 위해 이런 다운그레이드(??)가 필요했던게 아닐까 싶기도하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NPC마라톤이 최근 계궤에 비하면 짧은편이기도하다.

NPC들의 대사내용은 자주 갱신되는데에 반해(차이스는 티타가 파티에 들어오기전후로 갱신되는 등) 마을 규모는 은근히 작기때문에 상대적으로 텍스트량이 적을 수 밖에.

종장 그란셀은 정말 그 넓디넓은 맵에서 대사갱신이 시도때도없이 되는데 어쨋건 배속기능 덕분에 빠르게 마라톤이 가능하다.

그리고 미니맵이 필드에선 실내를 안보여주기때문에 실내 NPC들과 대사를 했는지는 유저가 직접 확인하는것밖엔 답이 없어서 이런 부분은 좀 불편했다.

에레보니아 황태자의 광인시절

그리고 연출 상당수가 컷씬이 아닌 장면에서는 기존에 딱딱하게 서있던 팔콤 스타일에서 좀 탈피를해서 이런저런 변화를 준 씬들이 많은편이다.

덕분에 일반이벤트에서 캐릭터들 표정이 계궤에 비하면 좀 더 많이 늘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모델링도 이젠 상당히 봐줄만하게 올라왔다는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이런거

팔콤의 내부 이름 모를 20년 넘게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지금은 그래픽쪽 담당같다만)의 화풍에 맞춰 캐릭터들의 3D모델링도 만들어져서 그나마 이제 일러스트와 그래픽과 같아진거같다.

사실 여/계궤도 애초에 저 이름 모를 일러스트레이터 이 사람 화풍 베이스로 모델링이 만들어졌지만 간판 일러스트를 에나미 카츠미로 쓰는 중이라 갭을 느낄 수 밖에 없는거같다.

성우도 20주년이라 그런지 일부를 제외하고 싹다 갈아엎었는데 매칭이 잘되어서 연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뭐든지 해결해주는 아빠

하궤에선 먼치킨 캐릭터가 에스텔의 아빠인 카시우스인데 이렇게 연출로 보고있자니 그냥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판에선 SD캐릭터의 단순한 동작과 텍스트로만 보던걸 본작에선 컷씬과 함께 나오니까.

게다가 원판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궤 sc 에선 fc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먼치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생각을 안하는 편이 나을 수준으로;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파워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밖에 없다만 개인적으론 섬궤에서 린이 카시우스와 겨뤄서 이긴걸 보고 팬덤쪽에선 이런저런 말이 나왔지만 단순하게 이 먼치킨 역할을 이제 카시우스가 아닌 린에게 넘겨줬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이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대해 과연 어디까지를 리메이크할지가 좀 의문이다.

하궤의 경우 1,2편만 한다면 깔끔하게 끝나는 게임이었지만 3편에서 대량의 떡밥쇼를 시작해서 3부작을 과연 다 하는걸까? 싶기도하고.

당장은 어쨋건 하궤 시리즈만 리메이크 할거같은데 추후 계획은 팔콤 마음이겠지.

갠적으론 하궤시리즈야 원작이 하도 오래됐고 접할 방법이 매우 적은 문제가 있었는데 리메이크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했답쳐도 그 뒤의 작품들은 전부 리메이크가 애매한 느낌이다.

영벽궤는 2025년 기준으론 비주얼은 좀 낡았을지라도 스토리가 도파민 파티라서 할만한 게임이라고 보는데 문제는 그 다음작인 섬궤시리즈는 리메이크를 한다면 스토리를 통째로 고쳐야하지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뭔가 쓸데없이 늘어지는게 섬궤부터 시작이 되었으니까. 이야기적인 면에서 불필요한 내용이 유독 많았던게 섬궤시리즈였어. 특히 1,2편.

...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아서 섬궤시리즈는 안건드릴꺼같긴한데 각 시리즈가 20주년이 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따지면 여궤도 사실 2편이 필요했던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만 뭔가 섬궤부터 이런식으로 쓸데없이 질질 끌기만 하는 버릇 생긴게 지금 계궤까지 이어지고있어서 이런점은 좀 유감이다. 아무래도 돈때문이겠지.

아무튼 이제 리메이크가 시작되었으니 하궤 3부작이 마무리될때까지 잘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